2010/12/21 00:13 군자삼락 - 득천하영재
Speech08_ 아빠가 최고! 그 다음 강아지 그리고 냉장고 : Home Entertainment의 미래
2010년 한 해가 가고 2011년 신묘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민족의 명절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여 외국인들이 나와서 유창한 한글 실력을 뽐내는 아침 프로그램을 보고 난 뒤에 으레 명절놀이를 하게 된다. 최근에 각종 전통 놀이를 누르고 가족 명절놀이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고스톱이다. 쓰리고에 광박·피박으로 판을 지배하고, 모르는 가족에겐 가르쳐주고 하하호호 웃으며 즐기다가 딴 돈은 아부 떨던 조카에게 깔끔하게 용돈으로 주면 어느새 우리 가족은 하나가 되어있다. 하지만 이런 명절 놀이의 모습도 이제는 민속박물관으로 가야할 것처럼 보인다. 잔소리가 듣기 싫다며 가족을 만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 부모 손에 이끌려 할아버지를 뵈러 온 손자들은 어느새 각자 닌텐도DS 삼매경에 빠져있다. 이런 모습이 바로 가족 오락의 미래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가족 오락은 가족의 항상성 유지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가장은 가족의 안정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해서 내적 균형을 유지시키는 것이 큰 목적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내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가족 응집력을 갖게 되면 가장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가족이 잘 응집되면 안정을 유지하면서 외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가족이 안정되었을 때 사회가 안정되기 때문에 가족의 항상성 유지는 중요하다. 현대 가족은 이러한 측면에서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항상성 유지가 취약해진 이유에는 가족 간 커뮤니케이션이 절대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고, 커뮤니케이션 부재의 큰 이유 중 하나가 '가족 오락'의 붕괴이다. 가족 오락이 무너지게 된 데에는 디바이스의 개인화가 큰 몫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영상'을 보려면 가족들이 모두 거실에 모여 집에 오직 한 대 있는 TV를 통해 뉴스, 드라마, 스포츠경기 등을 봐야 했고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가족 오락의 출발이었다. 가족이 하나의 요소를 함께 즐기는 것이 '가족 오락'이라고 할 때 일단 가족이 모여야 시작할 수 있는 것도 가족 오락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각자 영상을 볼 수 있는 디바이스를 한 대씩 소유하고 있다. 아빠는 거실에서 TV로, 엄마는 안방에서 휴대폰 DMB로 아들은 방 안에 있는 PC로 같은 컨텐츠를 향유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핵가족화로 작아진 가족이 오락을 즐긴다는 측면에서 더욱 작은 단위인 '개인'으로 한 번 더 작아졌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모일 일이 없어졌고, 소통의 부재가 발생해 가족의 순기능들을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다. '엄마는 나를 예뻐해 주고, 냉장고는 내게 먹을 것을 주고, 강아지는 나랑 놀아주는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아빠는 왜?' 같은 시(詩)가 등장하는 것도 가족의 소통 부재로 인한 역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붕괴되고 있는 가족 오락 시장을 시기적절하게 잘 파고들어간 것이 바로 닌텐도社의 'Wii' 게임기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UI와 상호작용성을 이용한 실재감의 극대화를 통해 함께 모여서 밥 한번 먹기도 힘든 가족을 TV앞으로 모아 놓고 '금메달'을 향해 몸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닌텐도는 독점 시장을 개척한 공로로 2008년 엄청난 이익을 거두게 되고 이용자들은 'Wii'가 가족 오락의 올바른 형태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Wii'는 지금 가족 오락의 중심에 있지 않고 오히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는 바로 개인 디바이스의 발전 방향과 속도를 생각하지 못하고 컨텐츠와 디바이스 개발에 힘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Wii'도 'TV 앞'이라는 현실의 한 공간에 가족이 모두 모여야 이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이다. 과거처럼 TV가 한 대 뿐인 가정에서 오락을 위해서는 거실에 모여야만 하는 구조와 형태상 같다. 이런 이용 행태는 개인적인 디바이스가 등장함에 따라 무너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선험했다. 개인 디바이스의 대표 격인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오락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향상된 개인 디바이스가 충분한 형태의 오락을 제공하고 거기에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제공한다면 가족은 거실에서 모여야 하는 이유가 또 한 번 없어지는 것이고, 가정의 한 공간으로 모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던 가족들이 다시 각자의 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다.
결국 미래의 가족 오락은 하나의 디바이스에 가족이 모이도록 노력하는 형태가 아닌 각자가 개인 디바이스를 가지고 가족이 모일 수 있는 형태로 가야 한다. 개인 디바이스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 오락을 위한 컨텐츠가 디바이스 위에 얹어지기만 하면 새로운 가족 오락의 미래가 생기는 것이다. 개인 디바이스에 이용될 가족 오락 컨텐츠의 모습은 개인 디바이스를 좀 더 분석하면 답이 나온다. 개인 디바이스의 장점은 바로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을 십분 활용하면 '가상 공간'의 활용이 바로 대안으로 떠오른다. 가족 개개인이 각자의 디바이스를 가지고 가상의 공간에서 모여서 하나의 과제를 수행해가는 '오락'의 측면을 강화한다면 기존의 디바이스가 가지고 있던 한계인 '한 자리에 모여야 한다'는 점을 극복할 수 있다. 각자의 방에 나눠져서 같은 컨텐츠를 따로 보는 것 보다는 다른 공간에서 같은 컨텐츠를 같이 이용한다는 것은 사라졌던 가족의 커뮤니케이션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가족의 커뮤니케이션 증가는 사라져가고 있던 가족의 순기능을 다시 살려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가상 공간에서의 만남이 '비인간적'이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족을 다시 모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가상 공간에서라도 가족이 만나서 오락을 즐기며 같은 목표를 향해 가면서 커뮤니케이션의 양을 늘리다 보면 현실에서 모이는 것도 더욱 쉬워지기 마련이다. 결국 가족의 항상성을 걱정해야 하는 가장들에게 가족 오락을 제공해 줌으로써 그들의 어깨도 한층 가벼워 질 것이고 '아빠'라는 존재 또한 강아지나 냉장고 보다는 격상될 수 있을 것이다.
* 고스톱치는 가족 사진은 '플레인'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훈훈한 모습이라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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